연이은 회식자리에 드는 의문 하나,
아무도 원하지 않는 회식 왜 만날 할까.
회식 자리에 가면 대부분 얼굴은 웃고 있지만(웃는 가면을 쓰고 있다는 말이 더 적절할터) 속으로는 다들 부글부글하는 분위기다.
특히 연차가 낮은 선배들의 경우 회식에 대한 거부감을 감추지 않는다
(물론 그와 나, 혹은 짬밥이 낮은 사람들끼리 있을때,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가 그룹의 왕고 혹은 왕고 짬일때)
그렇다고 해서 회식때 왕고인 사람들이라고 회식을 좋아하느냐, 그것도 아니란 말이다.
왕고가 돌리는 술잔을 "녜녜녜" 하며 받아 들긴 하지만, 그런 강압적인 분위기를 죠아라 할 사람이 누굴까말이다
그래서 친구들과 순.수.한. 호기심에 토론을 한 적이 있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 (지긋지긋한) 회식 왜 만날 할까"
가설 1. 조직의 단결력을 높이기 위해?
물론 회식이 그런 부분이 있다.
술이라는 놈을 함께 흡입하다보면 정신이 알딸딸해지고,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부장님, 차장님, 대리님 하던거 "형님" 하면서 적당히 뭉갤 수 있고
보통은 술자리에서의 실수는 "술 많이 먹었으니까"하고 무마되는 것이 현.대.한.국.사.회.일.반.직.장.의 분위기고,
실수나 잘못을 공유했을때, 허점을 드러냈을때 인간은 더 친근함을 느끼는 법이니까.
으쌰으쌰 게이지 상승이 다인가? 그건 아니지. 그럼 왜 징글징글하게 오래도록 같은 팀을 하면서도 만날 회식을 하냐구
가설 2. 스트레스 해소?
음..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이해할 수 없지만(꼰대들과 술을 마시는게 어떻게 스트레스해소가 되지? 난 스트레스가 쌓이는데)
'술을 마시는 행위 자체'만으로 스트레스가 풀릴 수 있으니까.
술이 취했다는 핑게로 (다음날 거시기 하긴 하겠지만) 선배들에게 막말과 꼬장을 부릴 수 있고
술을 마셔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일정 부분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회식을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분석
가설 3. 상사들의 가정불화?
왜 아저씨들은 나이만 먹으면 귀가를 꺼리는 것인지
집에 무슨 도깨비라도 있는건지, 마눌님 얼굴이 보기 싫은건지, 놀아달라고 떼쓰는 아가들이 보기 싫은건지.. 집에 들어가기를 싫어하신다.
심지어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려는 사람을 붙잡고, "00씨, 저녁 먹고 가지 그래?" "맛있는거 사줄께" "딱 한잔만 하자" 등등 꼬시는데 아놔, 꼬시는게 아니라 내겐 왜 반 협박처럼 들리는지
나의 지인 일부는 대놓고 쌩까는 반면, 전 아직 그럴 짬도, 깡도 없어서 선배들이 그렇게 권하면 "녜녜녜..." 하면서 피눈물을 머금고 간다는..
제길슨!
돌아오는 화이트데이에 사모님들에게 꽃바구니라도 보내야 하나?
제발 다음 인사땐 가정지향적이고, 부부생활이 원만한 상사들이 떨어지길..
가설 4. 대장놀이를 하기 위해
오랜 시간의 격정적인 토론 끝에 이 가설이 가장 유력할 것이라고 꼽히긴 했는데,
연일 회식이 이어지는 원인은 바로 상사들의 '대장놀이 본능'때문
대장놀이가 무엇이냐,
"내가 왕년에는 말이지..."로 시작하는 상사들의 일종의 무용담 퍼레이드인데
삼자대면을 할 길이 있나, 검증할 길이 있나, 그들의 검증될 수 없는 무용담을 난 언제까지 들어야 하는가.
일부 전근대적인(?) 선배들은 자기들이 예전에 룸쌀롱 간 이야기까지 펼쳐대는데.. 아 정말 가관이다. 가관
그렇다면 상사들은 왜 신입사원을 비롯해 짬 안되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대장놀이를 즐기는가.
그 이유는 그들의 말도 안 되는 무용담을 닥치고 들을 사람들이 우리밖에 없기 때문!
자기들 상사 앞에 두고 그 말도 안 되는 대장놀이를 할수도 없고,
집으로 돌아가 대장놀이를 했다가는 "되도 않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라는 마눌님의 쿠사리나
자기방 문을 "쾅!" 닫고 들어가는 토끼같은 자식들의 반응을 직면해야 할테니까..
고로 아무도 원하지 않는 회식은 "꼰대들의 대장놀이 본능"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우리들의 결론이었음
덧, 이 글을 보는 상사들이 있다면, 회식자리에서 '감정노동'하는 쫄따구들의 심정을 제.발.좀. 헤아려주시고, 투정이 아닌 일반적인 사원들의 심경임을 알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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